[21.03.25] 인텔의 공습…파운드리 세계대전

인텔의 공습…파운드리 세계대전

 

세계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
위탁생산사업 전격 재진출
22조 투자해 공장 2곳 건설
삼성·TSMC와 시장격돌 예고

◆ 혼돈의 반도체 시장 (上) ◆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대혼돈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며 반도체 제조 시설 자국화를 추진하는 등 G2의 패권전쟁이 수위를 높여 가는 가운데 기업 간 시장 주도권 경쟁 또한 가열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정보기술(IT) 산업 전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혼돈의 단초를 제공한 모양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자국 생산 정책에 호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파운드리 '투 톱'인 삼성전자와 TSMC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개최한 온라인 브리핑에서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통해 새로운 종합 반도체 업체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IDM 2.0' 비전을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이날 "가파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발맞춰 전 세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한다"며 "이를 위해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 2개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은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아시아에 편중된 파운드리 서비스의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연내 미국과 유럽 등에 추가로 공장 확장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인텔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애리조나주 신규 공장이 파운드리 전용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이 파운드리 제조 라인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인텔은 별도 자회사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한다. 수석 부사장인 란디르 타쿠르가 파운드리 사업을 직접 이끌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1위 TSMC보다는 이제 막 성장가도에 진입한 삼성전자에 더 큰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겔싱어 CEO는 애플, 아마존,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주요 고객 중 하나인 퀄컴을 인텔의 잠재 고객 중 하나로 꼽았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기술력 문제로 생산이 지연된 7나노미터(㎚) 기반의 차세대 CPU 자체 생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현 기자 / 박재영 기자]

삼성, TSMC 추격도 버거운데…'반도체 공룡' 인텔 역습에 비상

격화되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

인텔, 파운드리 본격화 선언
반도체 수요 폭증에 주도권 잡기

美정부 전폭적 지원 등에 업고
MS·IBM 등 물량 싹쓸이 우려

삼성 '비메모리 1위' 목표 먹구름
美오스틴 공장 증설 더 시급해져

23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온라인 라이브 브리핑을 통해 "전 세계적 반도체 수요 증가에 발맞춰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인텔 본사 입구 전경. [AFP = 연합뉴스]

 

세계 제1의 종합 반도체(IDM) 기업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투자해 공장 2개를 건설하고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을 강화한다고 전격 발표하며 삼성전자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로서는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의 첨단 공정 경쟁도 버거운 와중에 풍부한 설계자산(IP), 막대한 자금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폭 지원까지 등에 업은 인텔까지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텔은 이미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조 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은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왔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이런 지위가 흔들리면서 파운드리로도 눈을 돌렸다.

인텔은 특히 스마트폰 혁명을 간과했다가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주도권을 내준 뼈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개발할 당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인텔에 맡기려 했으나 거부당하면서 삼성전자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인텔은 이번에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며 이 같은 과거의 부진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ARM에 미치지 못했고, PC용 칩 시장에서도 AMD에 밀리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같은 기존 대형 고객들이 반도체 직접 설계에 나서면서 신성장동력이 절실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인텔은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반도체, 패키징 및 제조 과정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전 세계를 위해 지속적이고 안전하게 반도체를 공급하면서 폭발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 선언으로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파운드리 사업은 풍부한 반도체 IP와 막대한 설비 투자가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반도체 종가라 할 인텔은 CPU부터 통신·서버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메모리까지 방대한 IP를 수십 년간 축적해왔다. 또 실리콘밸리의 정점에서 퀄컴·AMD·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팹리스)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자국 생산을 강조하는 미국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폭 지원에 나서면 애플·퀄컴·엔비디아·AMD 등 파운드리 업계 4대 고객사는 물론 MS·아마존·IBM 같은 현지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텔에 파운드리를 맡길 수 있다. 이미 MS와 IBM이 인텔의 파운드리 선언과 함께 협력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인텔은 "IBM과의 협업은 생태계 전반에서 반도체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며 미 정부의 핵심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 기술 면에서도 인텔은 삼성전자가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인텔은 현재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급 공정 기술의 상용화 이후 차세대 공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며 삼성전자와 TSMC에 뒤처졌다. 삼성전자와 TSMC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텔의 14나노 공정만 해도 삼성전자와 TSMC의 10나노급 공정과 맞먹는 성능을 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텔은 공정 기술 경쟁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텔이 이른 시일 내 계획대로 7나노급 공정을 상용화해도 기존 파운드리 기업에는 큰 위협이 된다. 이 부회장이 2019년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비전을 제시했지만 인텔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로선 TSMC와 경쟁에 더해 인텔까지 상대해야 하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 고객사 유치를 위해선 현지 공장 증설이 불가피하다. 이미 TSMC는 애리조나주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5나노급 신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1개 라인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14나노 구형 공정이 전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5나노급 첨단 파운드리 라인은 퀄컴과 엔비디아라는 대형 고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을 놓치지 않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면 미국 공장 증설은 더욱 시급한 형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 규모 오스틴 공장 증설 계획을 두고 오스틴 당국과 세제 혜택 등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법령이 규정한 상한선인 '재산세 10년 감면'을 뛰어넘어 20년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오스틴은 15년 감면안을 최근 삼성전자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오스틴 공장 증설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의 신규 파운드리 라인인 P2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조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30조원을 투자해 평택 P3 캠퍼스도 건설할 예정이다. P3 라인 역시 일부를 파운드리에 할당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수익성이 높은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자체 생산을 유지하면서 구형 반도체 생산은 대만 UMC 같은 후발주자들에 적극적으로 외주를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위기가 곧 기회다! 인텔이 파우드리 사업을 성공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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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공습…파운드리 세계대전